
지금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을 사는 게 과연 맞는 걸까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반도체가 강세일 때 뒤늦게 진입했고, 막상 들어가니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횡보만 했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은 건, 이미 주목받는 섹터는 생각보다 수익 여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음 자금 이동을 미리 읽는 것이 핵심이라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반도체가 쉬면, 구조적 성장 섹터가 보인다
한 섹터의 이익 성장률(EPS Growth Rate)이 170%씩 나오는 동안에는 다른 섹터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여기서 EPS 성장률이란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해당 섹터에 자금을 집중시키는 근거가 됩니다. 37~40%대 성장을 보여주는 섹터도 반도체 앞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의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그때부터 방산과 원전 섹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방산 산업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국방부의 발주를 대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로 수행하던 비즈니스였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NATO) 회원국들을 포함한 전 세계가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 국방비 지출이 급증했습니다. 실제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2,43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SIPRI). 이는 단순히 전쟁 특수가 아니라,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에서 한 발 물러서는 구조적 변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2위권에 진입한 것도 이런 흐름을 시장이 먼저 반영한 결과입니다. 구조적 성장주(Structural Growth Stock)란 일시적인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로 장기간 성장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반도체처럼 수요-공급 사이클이 뚜렷한 섹터와 달리, 방산은 국가 정책과 안보 수요에 기반한 구조적 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에 훨씬 긴 호흡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턴어라운드 조건을 갖춘 2차 전지, 지금 볼 만한가
2차 전지 섹터는 2차 전지는 2024~2025년 동안 대부분의 관련주가 -80%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저도 그 기간에 해당 섹터를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가가 반등하는 것과 실질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는 구분해야 합니다. 턴어라운드란 실적 적자나 침체에서 벗어나 매출과 이익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양극재 업체 중 일부는 실제로 숫자가 바뀌고 있습니다. 작년 1,500억 적자를 냈던 기업이 올해 1,700억 흑자로 전환됐다는 추정치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닙니다. 물론 일부 증권사는 내년에 다시 1,500억으로 꺾인다고 보고, 또 다른 쪽은 2,000억까지 간다고 전망합니다. 이 불확실성이 오히려 수익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확신이 없는 구간에서 매수하고, 확신이 생겼을 때 모두가 들어오면 그때가 매도 타이밍이니까요.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도 있습니다. 중국의 과잉 생산을 미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고, 중국 정부 역시 리튬 공급 과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면서 최근 리튬 가격이 15만 위안 선까지 회복되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Chasm)을 지나가는 국면, 그리고 로봇 산업에서 전고체(All-solid-state Battery) 배터리 수요가 부각되면서 삼성 SDI 같은 기업의 주가가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아 전기차·로봇용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2차 전지 턴어라운드 여부를 판단할 때 제가 보는 핵심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분기별 매출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가
- 고정비 대비 매출 커버리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가
- 업스트림(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혹은 상승하고 있는가
- 주요 고객사(완성차, 빅테크)의 발주 재개 여부
제 경험상 이 네 가지 중 세 개 이상 해당될 때 진입하면, 단기 변동성은 있어도 방향성 자체는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70% 하락 이후 텐배거 전략,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텐배거(Tenbagger)란 투자 원금의 10배 수익을 내는 종목을 뜻합니다. 피터 린치(Peter Lynch)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소형주나 턴어라운드 종목에서 발생합니다. SMR(소형모듈원전, Small Modular Reactor)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됩니다. SMR이란 기존 대형 원전(1GW 이상)을 소형화한 300MW 이하의 원자로로, 건설 기간이 3~4년으로 짧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설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2050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부). 대형 원전은 인허가부터 가동까지 1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SMR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SMR 관련 미국 주식은 현재 고점 대비 -80% 수준입니다. 이런 종목을 줍줍 하는 전략이 팔란티어 사례처럼 대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2차 전지가 -80% 빠지고도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내러티브 주식, 즉 실적보다 미래 스토리로 주가가 형성된 종목은 -70% 이상 빠졌을 때부터 매출 증가 여부를 확인하면서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7~2028년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면, 올해 말 시장이 흔들리는 구간에서 소액 분할 매수를 시작하고 1년 반 정도 보유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2,000원에서 2만 원이면 10배입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려면 매출이 실제로 증가하는지 매 분기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본전 구간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질 때 주식이 팔리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상승 초입이지 천장이 아닙니다. 결국 이 전략의 핵심은 타이밍보다 종목 선별에 있습니다. 내러티브만 있고 매출이 없는 기업은 -80%도 회복이 안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매출이 증가하고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기업은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저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70~80%는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유지하고, 이런 고위험 고수익 전략은 20~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언제나 무언가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합니다. 지금 반도체가 쉬어가는 구간이라면, 그 자리를 채울 다음 섹터를 미리 들여다보는 것이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방산, 2차 전지 턴어라운드, SMR 중 어디에 베팅할지는 본인의 리스크 허용 범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매출이라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할 때 움직이는 원칙 하나만 지켜도 큰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