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코스피는 단 이틀 만에 6,300선에서 5,050선까지 약 20% 급락했습니다. 911 테러 때보다 더 큰 낙폭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날 보유 종목들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걸 보면서 '이번엔 진짜 끝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시장은 6,000선 근처까지 회복했고, 다시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 같은 외생적 변수가 터지면 V자 반등이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은 구간에서는 패턴이 다릅니다.
이격도 조정이란 무엇인가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은 '이격도 조정'이었습니다. 여기서 이격도란 현재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의 간격을 수치화한 지표로, 주가가 평균 대비 얼마나 과열됐는지 보여줍니다. 2025년 초 코스피는 단 두 달 만에 48% 급등하면서 50일 이동평균선 대비 이격도가 170%를 넘어섰습니다. 과거 닷컴버블이나 2차 전지 거품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었죠.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서도 이미 2월 말 이전부터 "한국 시장 이격도가 과도하게 높아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출처: 블룸버그 통신). 저 역시 당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40%를 넘어서면서 '이 정도면 일부 정리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막상 오르는 장에서 파는 건 쉽지 않더군요. 결국 이란 전쟁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방아쇠를 당겼고, 시장은 한 방에 과열된 엔진을 식히는 조정을 겪었습니다. 문제는 이 조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2배 수준이라는 건 밸류에이션이 결코 싸지 않은 영역이고, 실적 확인 없이는 추가 상승이 쉽지 않습니다.
V자 반등과 횡보 회복의 차이
일반적으로 외생적 충격 후에는 V자 반등이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4월 코스피가 2,280선까지 급락했을 때는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당시 PBR은 0.8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었고, 저도 그때 추가 매수에 성공해 짭짤한 수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6,300선은 PBR 1.2배로 결코 싼 구간이 아닙니다. 밸류에이션이 비싼 영역에서 외생적 충격을 받으면 시장은 실적을 확인하려 합니다. 삼성전자 실적은 괜찮은가, SK하이닉스 수주는 계속 늘어날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는 왔다 갔다를 반복합니다.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가 좋은 참고점입니다. 당시 미국 부채한도 협상 끝에 S&P가 미국 국채를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시장이 폭락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때도 V자가 아니라 8월부터 10월 초까지 약 두 달간 횡보 조정을 겪었습니다. 그 기간 역시 차정 장세 이후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과거 급락장에서 "이제 바닥이다" 싶어 추격 매수했다가 다시 빠지는 걸 반복하며 손실을 키운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은 구간에서는 조급하게 V자를 기대하기보다, 횡보 조정을 염두에 두는 게 현실적입니다.
변동성 장세 대응 전략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추세 추종 전략이 독이 됩니다. 올라갈 때 쫓아 사면 다음 날 떨어지고, 떨어질 때 손절하면 다음 날 반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저 역시 3월 초 급락 당일 일부 종목을 패닉셀했다가, 바로 다음 날 반등하는 걸 보며 후회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런 장에서는 '바이더딥 셀더랠리(Buy the Dip, Sell the Rally)' 전략이 유효합니다. 여기서 바이더딥이란 급락 구간에서 분할 매수하고, 반등 구간에서 일부 차익 실현하는 역발상 매매를 의미합니다. 단, 이 전략은 개인투자자에게 쉽지 않습니다. 떨어질 때 사는 건 용기가 필요하고, 오를 때 파는 건 욕심을 절제해야 하니까요. 차라리 자신 없는 분들은 그냥 홀딩하는 게 낫습니다. 실제로 2024년 코스피가 2,280에서 2,750까지 오를 때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건 사고팔고를 반복한 사람이 아니라 바이 앤 홀드, 심지어 바이앤슬립 전략을 쓴 투자자들이었습니다. 현재 신용융자 잔고가 33조를 넘어섰습니다. 2021년 코스피 3,316 고점 당시 25조였던 것과 비교하면 과도한 레버리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락이 오면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추가 하락을 부릅니다. 3월 2~3일이 그랬고, 3월 23일 월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는 신용을 최소화하고, 여유 자금으로만 대응하는 게 안전합니다.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는 과장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발전시설 폭격을 경고했을 때, 시장은 공포에 빠졌습니다. 저도 "이러다 유가 150달러 가는 거 아냐?"라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 당시 유가는 5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450달러 수준입니다. 반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유가는 130달러까지 올랐다가 2023년 4월 61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유는 명확합니다. 2014년 이후 미국 셰일혁명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것도 전쟁 대비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3위 석유 매장량 보유국으로, 필요시 즉각 증산이 가능합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 IEA). 또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싸움은 애초에 게임이 안 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끼리 붙은 게 아니라, 압도적 군사력 차이가 나는 구도입니다. 실제로 이란은 곧바로 "적대국을 제외하고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했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저는 과거 러시아 전쟁 초기 "곡물 대란 온다"는 공포에 관련 ETF를 매수했다가 오히려 손실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는 확률이 낮고,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합니다. 이번 조정은 한두 달 정도 엔진을 식히는 과정이며, 전쟁 장기화 우려는 과장됐다고 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추가 변동성은 있겠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오히려 분할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제 경험상 급락 이후 횡보 구간에서 차분하게 기준을 세우고 대응한 게 결국 가장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조급함보다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